
별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새로운 행성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2026년 10월 5일 발표된 연구는 백색왜성 HS 0209+0832 주변에 별이 생애 말기에 내보낸 물질로 만들어진 ‘2세대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이 그 행성을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닙니다. 1999년 관측 자료에 남아 있던 독특한 화학 성분이 이번 발견의 출발점입니다.
이 해석이 후속 관측으로 확인된다면 별이 죽어도 행성계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현재 공식적인 표현은 어디까지나 2세대 행성 후보입니다. 실제로 측정된 것은 원소의 흡수 신호와 밝기 변화이고, 그 원인으로 새롭게 형성된 행성이 제안된 상태입니다.
죽은 별 주변에서는 어떻게 새로운 행성이 생길까요?
태양처럼 비교적 질량이 작은 별은 태어날 때 남은 가스와 먼지가 원반을 이루고 그 안에서 행성이 만들어집니다. 지구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이 여기에 속하는 1세대 행성입니다. 이후 수십억 년이 흐르면 별은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고, 외곽 가스를 우주로 방출한 뒤 뜨거운 중심핵인 백색왜성만 남깁니다. 백색왜성은 예전의 별처럼 지속적인 핵융합으로 빛을 내는 대신 남은 열로 빛나며 서서히 식어 갑니다.

이 과정에서 가까운 행성은 별에 삼켜질 수 있고 다른 행성은 궤도가 바뀐 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적색거성 단계에서 밖으로 나간 물질에는 처음 행성계가 만들어졌을 때와 다른 화학 성분이 섞일 수 있습니다. 별 내부에서는 중성자를 천천히 포획하는 s-과정을 통해 특정 무거운 원소가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방출된 물질 일부가 별 주변에 중력적으로 붙잡혀 원반을 이룬다면, 새로운 행성을 만들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기존의 동반 천체가 적색거성의 외피를 방출하게 만들고, 남은 물질이 풍부한 원반에서 새로운 가스 행성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또는 오래된 행성의 중심핵이 별의 말기에 나온 가스를 새 대기처럼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어느 시나리오도 관측으로 확정된 형성 과정은 아닙니다.
허블의 1999년 관측 자료에서 발견한 화학적 단서
주인공인 HS 0209+0832는 표면 온도가 약 3만 5,000켈빈이고 백색왜성이 된 뒤 약 500만 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뜨겁고 젊은 별의 잔해입니다. 허블의 우주망원경 영상분광기(STIS)는 1999년 이 백색왜성의 원자외선 스펙트럼을 관측했습니다. 당시 확인되지 않은 흡수선이 약 100개 남아 있었습니다.
워릭대학교의 제이미 윌리엄스와 동료 연구자들은 발전된 원자 데이터로 옛 관측을 다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나이오븀(니오븀)을 비롯해 아연과 구리 등 특이한 원소 분포가 드러났습니다. 특히 규소와 철처럼 암석 행성에 흔한 원소는 상대적으로 적고, 철보다 무거운 일부 원소는 풍부했습니다. 과거 FUSE 자외선 우주망원경의 관측에서도 나이오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신호가 확인됐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백색왜성의 강한 중력이 무거운 원소를 표면 아래로 가라앉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대기에서 무거운 원소가 관측된다면 외부에서 물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보통 백색왜성의 오염 물질은 부서진 소행성이나 오래된 암석 행성과 비슷한 조성을 보입니다. 이번 사례는 다릅니다. 연구팀은 적색거성 시절의 s-과정으로 풍부해진 원소들이 들어왔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분광 관측은 별빛의 특정 파장이 흡수되는 모양을 통해 원소를 추정하는 방법이지, 행성의 사진을 찍는 방법은 아닙니다. 허블이 확인한 것은 화학적 흔적이며, 그것이 별의 죽음 이후 만들어진 행성에서 왔다는 주장은 과학적 해석입니다.
4.4일마다 반복되는 밝기 변화, 그리고 남은 의문
NASA의 TESS 관측은 또 다른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HS 0209+0832의 밝기는 약 4.399±0.026일 주기로 반복적으로 변했고 변화 폭은 약 0.120%였습니다. 연구팀의 모형에 따르면 약 0.04AU, 즉 백색왜성에서 약 600만 km 떨어진 매우 가까운 궤도의 행성이 이런 신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거리는 수성이 태양을 도는 거리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연구팀이 선호하는 설명은 목성과 크기가 비슷한 가스 행성입니다. 백색왜성은 아직 매우 뜨겁기 때문에 강한 자외선과 고에너지 복사가 행성의 대기를 벗겨낼 수 있습니다. 빠져나온 가스가 혜성의 꼬리 같은 흐름이나 원반을 이루고 일부가 백색왜성 표면으로 떨어진다면, 행성의 특이한 화학 성분이 별의 스펙트럼에서 관측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곧 행성의 확증은 아닙니다. 자전에 따른 변화인지, 행성의 낮과 밤에서 나오는 빛의 차이인지, 길게 늘어진 가스 꼬리가 별빛을 가리는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적색거성 외피가 방출되고 원반이 만들어지는 과정, 행성의 성장과 안쪽 궤도로의 이동도 아직 불확실합니다. 기존 행성핵에 새 가스가 붙은 혼합형 역사 역시 가능합니다.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자료가 맞물린다는 데 있습니다. 허블과 FUSE의 자외선 자료는 화학적 특이성을 보여주고, TESS의 가시광 관측은 규칙적인 밝기 주기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자외선 분광 관측, 행성 대기 모형, 비슷한 백색왜성 사례가 더 필요합니다.
결론: 별의 죽음은 행성계의 새로운 시작일까요?
2세대 행성이 실제로 확인된다면 행성은 오직 별이 젊을 때만 형성된다는 단순한 설명을 바꿔야 할 수 있습니다. 별이 방출한 물질이 다시 행성을 만들고, 그 행성이 대기를 잃어 일부 물질을 백색왜성으로 돌려보내는 우주적 재활용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정확한 결론은 허블이 나이오븀이 풍부한 물질을 발견했고, TESS가 약 4.4일의 반복 신호를 확인했으며, 두 관측을 2세대 가스 행성 후보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행성이 탄생하는 장면을 직접 관측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의 관측이 이 가설을 시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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